요즘 AI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상한 압박감이 생길지도 모른다.
"이걸 모르면 뒤쳐진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늦는다"
"곧 대부분의 직업이 사라진다"
어느정도 사실일지도 모른다. AI가 생산 방식과 업무 방식을 바꾸고 있는것은 맞다.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 마케터, 데이터 직군 모두 영향을 받고 있다. 이전보다 더 빠르게 배우고, 더 빠르게 실험하고, 더 빠르게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된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매일 새로운 AI를 따라다니는걸까?
새로운 모델이 나올때마다 비교표를 보고,
새로운 프롬프트 기법을 익히고,
새로운 강의와 책을 사는 일이 과연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까?
나는 점점 의심하게 된다.
AI 시대에 가장 위험한 것은 AI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AI에 대한 불안 떄문에 자기 판단을 잃는 것라 생각한다.
FOMO를 파는 사람들
"너만 모르고 있다."
"99%가 이렇게 사용한다"
"이 강의를 들으면 앞서 갈수 있다"
"나는 이미 자동화 하고 있다"
전부 강의팔이 책팔이가 하는 개소리일 뿐이다. 그들은 지식을 주기보다 불안을 먼저 만든다. 불안을 만들고 그 불안의 해소 수단으로 상품을 제시한다.
위기감을 만들고
뒤처진 사람과 앞서가는 사람을 나누고
자신이 그 경계선을 넘게 해줄 사람이라 말한다.
결국 팔리는것은 지식이 아닌 안도감이다.
정보는 때로 명령이 된다.
우리는 정보를 자유롭게 소비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보가 우리를 움직이게 만든다.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는
타락한 정보가 있는게 아니라 정보 자체가 타락한 것이다 라 말했다.
하이데거도 정보란 명령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정보를 놓칠까봐"의 공포는
"명령을 듣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공포에 사로 잡혀있는것과 같다.
그러니 정보를 모은다는 것은 명령을 모으는 일이다.
언제나 긴장한 채 명령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누군지도 모르는 누군가의 명령을 들으며 그의 부하로서 희희낙락하고 있다.
그때 정보는 더이상 단순한 정보가 아니다. 그것은 명령이 된다.
"이것도 알아야 한다."
"이것도 써봐야 한다."
"이 흐름을 놓치면 안된다"
읽고 저장하고 비교하고 또 불안해한다.
아는 것은 많은데 정작 깊이 생각하지 못한다
많이 저장했는데 실제로 내것이 된것은 없다
계속 따라가고 있는데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정보의 피로감은 단순히 정보가 많아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명령에 계속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것을 알아야 한다는 환상
AI 분야는 특히 이 환상을 강하게 만든다.
LLM도 알아야 할 것 같고, RAG도 알아야 할 것 같고, 파인튜닝도 알아야 할 것 같고, 에이전트도 알아야 할 것 같고, MCP도 알아야 할 것 같고, LangGraph, AutoGen, CrewAI, Claude Code, Codex, Cursor, vector DB, RAG, 하네스까지 알아야 할 것 같다.
하루만 지나도 새로운 이름이 나온다.
그러다 보면 우리는 두 가지 착각 중 하나에 빠진다.
첫번째는 비평가의 착각이다.
모든 것에 대해 한마디씩 할수 있게 되는것이다.
- 그거 별거 아니야
- 그건 결국 RAG잔아?
- 그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변형이네
- 에이전트라고 부르기 애매한데?
이런 말은 똑똑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아무것도 만들지 않은 경우가 많다.
두번째는 전문가의 착각이다.
하나의 영역에 대해 모든것을 알고 있다는 믿음이다.
- 나는 LLMops를 안다
- 나는 RAG를 안다
- 나는 AI agent를 안다.
하지만 "안다"는 말은 매우 불안정하다. 기술은 계속 바뀌고, 어제의 베스트 프렉티스가 오늘은 낡은 방식이 된다.
결국 두 착각은 닮아 있다
모든 것에 대해 조금씩 말할수도 있는 사람도
하나에 대해 모든것을 안다고 믿는 사람도
자기 생각이 아니라 정보의 배열에 기대고 있을 수 있다.
현재를 쫓는 자는 현재에 따라 잡힌다.
비트겐슈타인은 현재를 좇는 자는 언젠가 현재에 따라잡힌다라고 말했다.
달리 말하면 현재를 쫓으려고 하는
초조함에서 뭔가 절대적으로 잃게 된다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자기 아래로 조망하려고 하면 반드시 손끝에서 달아나는 것이 있다.
AI를 공부할때 가장 조심해야 할 태도는 현재를 놓치지 않겠다 라는 조급함이다.
현재를 놓치지 않으려 계속 따라가려 하지만 현재는 계속 언제나 앞서 나아간다.
새로운 모델, 새로운 논문, 새로운 툴, 새로운 성공사례가 나온다
따라 잡았다고 느끼는 순간, 이미 다음것이 나온다
절대 안정감을 도달할 수 없다.
오히려 계속 더 불안해 진다.
중요한것은 현재를 무시하는것이 아니다
현재를 따라가되, 현재에 끌려다니지 않는것이다.
이렇게 되물어야 한다.
나는 무엇을 위해 AI를 배우는가?
내 문제는 무엇인가?
내 업무에서 반복되는 병목은 무엇인가?
내가 더 잘 만들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내가 장기적으로 키워야 할 감각은 무엇인가?
이 질문 없이 AI를 따라가면, 결국 남의 불안을 내 삶의 기준으로 삼게 된다.
많이 읽는 것이 아니라 반복해서 읽는 것
AI FOMO의 문제는 단순히 정보가 많다는 데 있지 않다.
문제는 정보가 나를 통과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나는 읽는다.
저장한다.
요약한다.
공유한다.
하지만 정작 변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사사키 아타루의 말을 떠올리게 된다. 그는 『잘라라, 그 기도하는 손을』에서 책을 많이 읽기보다 적게 읽으라고 말한다.
대신 선택한 책을 되풀이해서 읽으라고 한다.
반복해서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같은 문장을 여러 번 보는 일이 아니다.
그 문장을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되는 일이다.
처음 읽을 때는 정보다.
다시 읽을 때는 질문이 된다.
또 읽을 때는 나의 삶과 충돌한다.
끝내는 그렇게 살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것이 반복의 힘이다.
AI 공부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툴을 백 개 저장하는 것보다, 내 문제 하나를 붙잡고 반복해서 다루는 편이 낫다.
RAG를 안다고 말하는 것보다, 실제로 내 문서를 넣고 검색 품질을 개선해보는 것이 낫다.
에이전트를 안다고 말하는 것보다, 실패 조건과 종료 조건을 설계해보는 것이 낫다.
프롬프트를 많이 모으는 것보다, 하나의 업무를 여러 번 개선하며 나만의 기준을 만드는 것이 낫다.
반복은 정보를 기술로 바꾼다.
기술은 다시 나의 판단으로 바뀐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AI를 외면하자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배워야 한다. 직접 써봐야 한다. 내 업무에 적용해봐야 한다.
다만 불안 때문에 배우지는 말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적게 고르고, 깊게 반복하는 일이다.
좋은 자료 하나를 반복해서 읽는 것.
좋은 도구 하나를 내 문제에 반복해서 적용하는 것.
하나의 실패를 반복해서 복기하는 것.
하나의 질문을 오래 붙잡는 것.
놓치지 않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붙잡을 것을 고르는 일이다.
그리고 고른 것을 반복해서 읽고, 쓰고, 만들고, 실패하면서 나를 바꾸는 일이다.
AI 시대의 격차는 단순히 AI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사이에서 생기지 않을 것이다.
진짜 격차는 불안에 반응하는 사람과, 자기 기준으로 선택하는 사람 사이에서 생길 것이다.
정보를 계속 소비하는 사람과, 반복을 통해 자신을 변혁하는 사람 사이에서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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